작업하기

생산성: 짧게 끊어치는 몰입

도보리 2024. 11. 23. 22:50

초등학생 때 집중력을 높인다고 담임 선생님이 교실 TV 위에 모래시계를 올려놓고 모래가 다 떨어질 때까지 그걸 집중해서 쳐다보는 연습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다. 그때부터 이미 잡념이 넘쳐나는 나는 모래시계를 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을 다 한 것 같다.

과외나 아르바이트도 하고, 실습에서 수업도 몇 번 해보면서 개인적으로 '사람의 집중력은 아무리 길어야 15분 내외'라는 것을 느꼈다. 이건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. 초등학생도, 고등학생도, 성인도 결국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차이가 없다. 다만 다른 것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나서의 반응일 뿐. 약 15분이 지나면 초등학생은 신체 특성상 아직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보니 몸을 배배 꼬고, 잠이 부족한 고등학생은 꾸벅꾸벅 졸게 된다.

아주 가끔씩 계시처럼 몇 시간이고 움직이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몰입의 순간이 있기는 하다. 하지만 나처럼 일을 미루는 사람이 곧잘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바로 몇 번 안 되는 이런 최고의 퍼포먼스를 나의 평소 능력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. 사람은 늘 100%의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. 슬프지만 원래 그렇다. 몇 시간이고 몰입해서 작업하는 순간은 일종의 보너스 타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.

그래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인 경우, 지치게 되는 때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 한 사이클의 작업 시간을 약 20분 정도로 짧게 끊는 편이다. 내가 남들보다 집중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느끼지 않는 이상은 차라리 이렇게 '단타치는'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.